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11월 중순, 전 세계축구가 A매치 데이로 2주간의 휴식기에 돌입했다. 이 가운데 시즌 중반을 향하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우승 향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초반부터 상위권 쟁탈전에서 밀려 중위권까지 추락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상승세가 매섭다는 분석에서다.
퍼거슨(71) 함장이 27년의 유구한 역사를 뒤로하고 지휘봉을 데이비드 모예스(50)에게 넘긴 맨유는 ‘리그 최대 우승팀’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올드 트라포드에서 펼쳐진 현 리그 1위인 아스널FC를 상대로 승리를 잡아낸 맨유는 승점차를 5점까지 추격하며 원톱 아스널의 뱅거號(감독 아르센 뱅거)를 위협했다. 경기의 중심에는 웨인 루니(28)와 함께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로빈 판 페르시(30)가 있었다.
창조적인 플레이 완성 ‘루니-판 페르시’..17번째 합작품
“공격수에게 골을 기록하고 기회를 만드는 것은 중요한 일, 나와 판 페르시는 모두 창조적인 플레이로 팀의 발전을 위해 앞서나가겠다” (맨유 웨인 루니)
10일(현지시각) A매치 직전 마지막 라운드에서 맨유는 아스널에 1-0 승리를 거머쥐며 거침없었던 10경기 무패행진에 급제동을 걸었다. 경기 시작 전, 아스널의 우세가 점쳐졌던 경기였지만 결국 이기는 법을 아는 맨유 앞에서 아스널은 힘없이 무너졌다.
올 시즌 홈그라운드인 올드 트라포드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낸 아스널의 아성을 무너뜨린 맨유는 코너킥의 상황에서 루니가 사이드에서 올려준 골을 판 페르시가 골망으로 밀어넣으며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연승 행진을 무너뜨린 주인공으로 도움에 나선 루니와 골망을 흔든 판 페르시의 창조적 플레이가 승리의 원동력으로 떠올랐다.
경기 직후 루니는 자신과의 17번째 합작품(도움-골)을 만들어낸 판 페르시와의 창조적 플레이가 승리를 이끌었다고 평하며 초반 흔들렸던 모예스號(호)에서의 완벽한 적응으로 연승행진을 다짐했다.

살아난 ‘승리 본능’ 맨유
맨유와 아스널은 모두 4-2-3-1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루니와 판 페르시를 투톱으로 활용하되 필 존스(21)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투입해 마이클 캐릭(32)과 함께 중원에서의 압박을 노리겠다는 의도가 드러난 부분이다.
특히 톰 클레버리(24)와 마루앙 펠라이니(25)라는 전문 미드필더 자원들을 활용하지 않은 점 등은 모예스 감독이 세밀한 공격 전개보다 피지컬과 최대한 효율적인 패스(상대적으로 부정확할 수 있는)등으로 투박한 경기를 내보이겠다는 생각이 드러난 부분이다. 결국 패싱 게임을 중심으로 나선 아스널을 상대로 투박하지만 효율적인 수비력에 중점을 두고 아스널의 패스를 저지하겠다는 방증이었다.
이에 맞선 아스널은 존스를 미드필더로 끌어올린 모예스의 선택으로 수비적인 면에서는 성공한 반면, 공격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에 주목했다. 뚜껑이 열리자 아스널은 공격점유율에서 60%를 넘어서며 맨유를 억누르는 데 성공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경기의 흐름은 맨유로 기울기 시작했고 이는 루니와 존스가 아스널의 정교한 패싱 게임을 정확하게 끊어냈기 때문이다. 올리비에 지루(27)를 원톱으로 내세운 아스널은 메수트 외질(25), 아론 램지(22) 등 모든 공격 자원들의 발목이 묶인 채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무력화된 패싱 게임앞에서 아스널은 램지를 윙 포워드로 올리는 대신 미켈 아르테타(31)와 마티유 플라미니(29) 등 수비형 미드필더의 순간적인 공격 가담이 공간을 창출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 무너진 아스널은 피지컬을 내세운 맨유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리그 10번 연승행진에 제동이 걸린 아스널의 경우 이날 경기에서 맨유보다 승점에 대한 갈증이 상대적으로 덜 했을 것이라는 분석 뒤로 아쉬운점도 드러냈다. 전반전이 맨유의 페이스였다면 후반전은 아스널에 그 흐름이 넘어간 상황.
특히 골 점유율은 맨유에 8:1로 상대적으로 앞섰기 때문에 전반전 루니와 판 페르시의 협공으로 내준 골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널은 양쪽 윙 포워드가 중앙에 집중하며 맨유의 수비를 뚫고자 했지만 수비력을 모두 중앙으로 결집시켜 페널티 박스로 밀어넣은 맨유 앞에서 제대로 된 유효슈팅도 날리지 못한 채 ‘정교한 패스워크’의 한계를 드러냈다.

공생공사(共生共死) 맨유 그리고 웨인 루니
취약한 중원 보강을 위한 완벽한 미드필더 ‘루니’ 활용 과제
축구에서 골이란 어쩌면 강하고 중요한 요소일지 모른다. 물론 완벽한 팀플레이가 우승의 밑거름이 된다지만 골로 득점을 올리지 못하면 승리를 거머쥐긴 어렵다. 최고의 스포트라이트가 어쩔 수 없이 최전방 공격수로 향하는 이유다.
아스널전과 같이 골 점유율은 높아도 골을 넣지 못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볼을 운반하는 선수, 상대진영으로 연결하는 선수 그리고 이를 득점으로 만들어내는 등 선수 간 하모니가 최고의 팀에겐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루니가 퍼거슨호에서 모예스호로 함장이 바뀌었을 때 팀에 요구한 것이 바로 “공격수로 뛰고 싶다”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득점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공격수 혼자 뛰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올 시즌 모예스는 루니를 원톱 공격수인 판 페르시와 함께최전방 공격라인에서 활용하는 경향이 크다. 이는 초반 모예스 감독이 루니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렸던 것에서 그의 의견을 전격적으로 수용한 부분이 시사되는 바다.
하지만 맨유는 루니의 활용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맨유는 루니와 판 페르시,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25)까지 슈팅 기회가 도래하면 이를 득점을 연결할 수 있는 자원들은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문제점은 이들이 슈팅을 시도하기까지의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데 있다. 특히 수비 진영에서 공격 진영으로 골을 연결할 수 있는 미드필더의 부재가 그 원인으로 드러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원이 약한 맨유는 루니가 판 페르시와 함께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수의 움직임에 흡수되자 펠라이니(혹은 클레버리)와 캐릭 등에 패싱 압박은 집중되고 결국 양쪽 날개에 포진한 공격수들은 너무 낮은 지역에서 골을 몰아야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격형 미드필더의 부재는 공격진의 고립을 불러오고 결국 양 날개에 과부화가 걸리고 만다.
이로써 리그 최다 우승을 자랑하는 맨유는 올 시즌 중원 싸움에서 겨우 공격진에 패스가 넘어가면서 개인기를 내세운 득점으로 연결되는 부분은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물론 신예 벨기에産 아드낭 야누자이(18)와 안토니오 발렌시아(28)가 어느 정도는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지만 말이다.
루니는 맨유의 상승세의 원동력임에 틀림없다. 그가 잘해야 맨유가 산다는 말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루니의 최전방 공격수로의 활용은 맨유의 경기력에서 최근 실종된 세련미의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루니는 뛰어난 위치 선정, 넒은 시야 여기에 정확한 패스까지 더한 완벽한 미드필더로서의 재능을 지니고 있다. 결국 수장인 모예스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그가 루니를 평범한 골게터(Goal getter)가 아닌 에이스로서 활용법을 찾아내는 것이 루니가 살고, 곧 맨유를 살리는 지름길임을 인지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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