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 약물 복용' 박태환 징계 위기...멀어진 '리우의 꿈'

문화 / 이선우 / 2015-01-28 10: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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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국가대표 박태환 선수. ⓒNewsis
국제수영연맹, 지난해 10월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
인천AG조직위 "대회 기간 박태환 도핑검사 모두 음성"

[일요주간=이선우 기자] 한국 수영의 대들보 '마린보이' 박태환(26·인천시청)이 금지약물을 복용한 혐의로 선수 생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금지약물 투약이 확인되면 최대 4년의 자격정지가 내려진다. 설사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되더라도 2년간 선수자격을 박탈하는 게 관례인 만큼 박태환이 징계를 받게 되면 2016년 리우올림픽 출전이 좌절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7월 맞은 주사서 금지약물 사용

박태환은 지난해 7월 서울 중구의 한 병원에서 척추 교정을 받고 주사를 맞았다. 이어 9월 박태환은 세계수영연맹의 불시 도핑검사를 받았는데 양성반응이 나왔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지난해 10월말 박태환에게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에 양성반응을 보인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태환이 도핑테스트를 받은 시기에 대해 대한수영연맹은 당초 7월말에서 9월초 사이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9월초 FINA의 도핑테스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환은 지난해 7월 30일부터 8월 26일까지 호주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한 후 귀국해 9월19일 개막한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 이 사이에 FINA의 상시 도핑테스트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2014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는 27일 박태환의 도핑 양성반응에 관한 국제수영연맹의 발표에 대해 대회 기간 박태환의 도핑검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인천아시안게임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경우는 모두 7건이며 이 가운데 박태환은 도핑테스트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위는 박태환이 지난해 9월 21일(자유형 200m), 23일(자유형 400m), 25일(자유형 100m) 경기에 출전한 뒤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규정에 의한 엄격한 절차에 따라 도핑테스트를 실시했으며 검사 결과 모두 음성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의 도핑테스트는 앞선 아시안게임과 마찬가지로 WADA(세계반도핑기구)와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규정에 의거해 도핑 대상을 선정하고, 경기 직후 선수들에게 검사시료를 채취한 뒤 WADA의 인증기관인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가 시료를 정밀분석해 대회 주관기관인 OCA에 통보한 최종 결과라는 게 조직위의 설명이다.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는 27일 “FINA가 박태환이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에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을 지난해 10월말 통보했다”며 “선수 측에도 같은 시기에 이 사실이 전달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는 "박태환이 인천아시안게임 기간 중에도 도핑테스트를 했지만 금지약물에 양성반응을 보인 시료는 9월초에 시행한 도핑테스트 때 제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로 활약 중인 박태환은 FINA의 상시 도핑 대상자다. 선수들은 일정 기간 단위로 자신의 소재지를 등록하게 돼 있는데 도핑 검사관들이 예고 없이 방문해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박태환의 매니지먼트사인 팀 GMP는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 약 2개월 전 해외전지훈련을 마치고 한국에 머무를 때 모 병원으로부터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 척추교정치료) 및 건강관리를 제공받았는데 당시 맞은 주사 때문에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에 양성반응을 보였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박태환 측은 "병원에서 주사를 한 대 놓아준다고 할 때 해당 주사의 성분이 무엇인지와 주사제 내에 금지약물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지 수차 확인했고, 병원 의사는 박태환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주사라고 거듭 확인해줬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오후 박태환은 해당 병원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으며, 검찰은 23일 해당 병원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양측 관계자를 모두 조사했다.

검찰 측은 해당 병원에서 박태환에게 투여한 약물이 네비도였다고 밝혔다. 네비도는 남성호르몬제로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금지하는 약물 중 대표적인 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을 포함하고 있다.

박태환 측은 검찰수사에서도 해당 병원이 투여한 약물이 네비도인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고의성이 없었고 실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박태환이 책임을 완전히 회피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설사 검찰이 병원 측 과실이라는 판결을 내려도 박태환이 FINA의 징계를 피하거나 대폭 경감시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박태환의 징계 수위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박태환은 2월말 FINA의 반도핑위원회 청문회에 나가 소명하는 기회를 갖는다. 그로서는 감경 사유를 찾아 확실한 해명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태환 측은 "병원에서 주사를 한 대 놓아준다고 할 때 주사의 성분이 무엇인지와 주사제 내에 금지약물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지 수차 확인했고, 병원 의사는 박태환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주사라고 거듭 확인해줬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이것이 징계 수위를 대폭 낮추거나 피할 수 있을만한 항변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관계자는 "규정과 일반적 판례를 살펴봤을 때 현재 박태환의 상황은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 '몰랐다'는 주장을 받아들여주면 악용될 소지가 있어 감경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 조사 결과가 나와도 그것은 민·형사상 측면일 뿐이다. WADA 규정과 스포츠 쪽 측면으로 보면 검찰 조사 결과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WADA가 제정해 FINA를 비롯한 경기단체와 각국 반도핑기구가 공유하는 세계반도핑규약(World Anti-Doping Code)의 제10조4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반도핑규약 제10조4항은 '만약 선수 또는 기타 관계자가 개별 사안에서 과실 또는 부주의 없음을 입증한다면 그에 해당되는 자격정지기간은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0조4항의 주해에는 과실 또는 부주의 없음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주해의 (b) 항목은 '선수에게 알리지 않은 채 선수의 주치의 또는 트레이너에 의한 금지약물의 투여(선수는 자신의 의료요원의 선택에 대한 책임이 있고, 어떠한 금지약물도 복용할 수 없다고 자신의 의료요원에게 알릴 책임이 있다)'다. 즉 선수가 주치의로 선택한 의사가 선수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금지약물을 투여해도 선수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WADA 규정을 통해 봤을 때 '네비도'라는 주사제가 잘 알려지지 않은 약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박태환이 이를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의사의 말만 믿은 것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적발된 금지약물의 종류가 테스토스테론이라는 점도 박태환에게는 불리한 상황이다.
KADA 관계자는 "금지약물이 적발됐을 때 약물의 종류에 따라 징계가 대폭 감면되는 경우가 있다. 도핑 용어로 특정약물일 경우다. 특정약물은 치료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경기력 향상 목적의 약물이라고 보기 힘든 것들이다"며 쑨양(24·중국)을 예로 들었다.

쑨양은 지난해 5월 중국선수권대회에서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트리메타지딘(Trimetazidine) 양성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자신이 심장 치료 목적으로 트리메타지딘이 포함된 바소렐을 복용했다고 해명했고, 3개월 자격정지라는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은 항시 금지약물이어서 특정약물과는 확연히 다르다.
박태환과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 2년 자격정지 징계가 주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것이 KADA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서 징계 수위가 얼마나 낮춰질지는 청문회와 FINA 징계위원회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KADA 관계자는 "선수가 부단한 노력을 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감경 사유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며 "의사가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인 줄 몰랐다고 항변했다는데 이것이 청문회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FINA 규정에 따르면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에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의 징계가 확정되면 도핑테스트가 이뤄진 이후 획득한 메달과 랭킹포인트 등을 모두 박탈하도록 돼 있다.

박태환은 징계 수위에 따라 오는 7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FINA 세계선수권대회와 멀게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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