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독점연재 - 장편소설 ‘김정은 통일전쟁’ (18)
8월 29일 0시 오키나와 가데나 미 공군기지
활주로 위로 불꽃이 솟구쳐 올랐다. 검은 하늘로 사라지는 한 무리의 전투기는 세계 최강 전폭기 F-22 랩터였다.
3개 편대 12대는 동북쪽으로 곧장 방향을 잡아 초음속으로 돌진해 북상했다. 불과 30여 분이면 충분히 한국의 휴전선을 넘을 수 있었다.
미군의 2차 공습이 시작되었다. 한국 서해바다 항로를 따라 북상한 전폭기는 휴전선에 전개된 인민군 장사정포 3백 여 문이 엄폐된 갱도와 대공포 진지를 공격해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불과 5분 후 전폭기들은 다시 평양 일대의 전략 목표지역으로 내달아 대공포 진지와 레이더 기지들에 폭격을 가했다.
전폭기가 빠지자 하늘을 새까맣게 덮은 검은 구름떼처럼 날아왔다.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유령 폭격기 B-2 스피릿 폭격기였다.
1대의 폭격기가 일반폭격기 80대의 위력을 지닌 공포의 폭격기라 불리는 최신예폭격기다.
갱도 벙커진지를 깨부수는 벙커버스터를 20여 톤 탑재한 채 휴전선 일대부터 제초 작업하듯 밀고 올라갔다. 뒤늦은 대공포 진지의 화력은 초음속 폭격기를 따라 잡을 수가 없었다.
최근 중국으로부터 긴급 수혈 받아들여 온 중국산 최신예 전투기 젠-10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휴전선 일대 문산과 철원 상공에 떠있는 프라울라 전자전공격기의 강력한 방해전파가 소용돌이치며 전투기를 휘감았다.
젠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스피릿 폭격기를 벗어나 빈 하늘을 가르며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어느새 중국의 최신예 전투기 젠 뒤쪽에서 따라붙은 F-22 랩터 전폭기의 미사일이 발사되고 젠 전투기는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중국이 자랑하는 최신 전투기는 레이더 전자장비 체계에서 미국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젠 2개 편대 8대는 10여분 만에 하늘에서 사라져 버렸다.
북한 전 지역에서 불꽃이 튀었다. 미그29 3개편대가 개천비행장을 급이륙한 뒤에 수분 후 부챗살 모양으로 밀려 들어왔다.
미그기의 알라모 대공미사일이 선방을 날리자 랩터는 돌고래가 유영을 하듯 몸을 비틀며 미사일 회피용 챔프를 날렸다.
미사일은 불을 켜며 달려들었으나 챔프를 따라 빈 허공을 가르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순식간에 수직으로 솟구치는 랩터를 따르던 미그29는 꼬리를 물리며 20밀리미터 기관포의 밥이 되어 지상으로 떨어졌다.
북한의 최신예 미그기 12대도 십여 분 만에 공중통제기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하늘은 미 공군이 완전 장악했다.
지상의 남아 있는 대공포 진지에서는 대책 없이 마구 하늘로 실탄을 쏘아 올렸다. 대공포 예광탄은 사방으로 거미줄처럼 퍼지며 어두운 하늘로 솟구쳐 올랐으나 초음속으로 도주하는 그들을 제압할 수 없었다.
미 태평양 공군 전폭기와 전략폭격기는 철갑을 두른 매처럼 유유히 돌아서 오끼나와 가데나 공군기지로 복귀했다.
평양 인민무력부 전쟁지도부 지하갱도는 반이 부서져 나갔다. 1차 토마호크미사일 폭격 시까지 건재하던 갱도는 땅속 100미터까지 헤집고 들어가 파괴하는 벙커버스터 폭탄엔 속수무책이었다. 5천파운드 폭탄은 인공지진을 만들 듯이 땅속을 헤집고 휘저어 버렸다. 지하 3백미터에 위치한 지휘상황실은 무사했다. 평양 인민무력부는 연거푸 강타를 당하고 있었고, 일본 홋카이도 108특공대는 총 폭탄을 외치며 불나방처럼 폭탄을 안고 적의 진지로 뛰어들었다.
언젠가는 다가올 김정은 체제 유지를 위한 인간총폭탄 전략이 현실로 다가왔다. 김정은이 그저 이기는 전쟁으로만 알고 관전을 하고 있었지만, 노쇠한 장령들의 전쟁지도부는 언제 죽어도 아깝지 않은 나이였다.
먼 옛날 스파르타 국가의 생존 전략을 답습하고 있는 북한의 미래가 그림자처럼 떠올랐다. 미국의 2차 공습이 있던 날 밤 새벽 03시 김정은은 부랴부랴 아버지가 있는 용성특각으로 찾아들었다.
평소 ‘미제 놈들이 원자탄으로 때려도 나는 여기서 살아날 수 있다.’고 호언하던 철옹성요새 용성특각도 벙커 버스터 폭격으로 반은 부서져 나갔다.
김경희는 모처럼 조카 김정은과 둘이 있게 되자 눈짓으로 호위사령관을 내보내고 조용히 그에게 물었다. 북녘 땅의 새로운 권력 김정은과 김경희가 마주했다.
“총사령관 동지 저쪽 전쟁지도부는 괜찮은 거지, 지금 돌아가는 판을 요해 하갔어?”
그녀는 둥그런 눈동자를 아래위로 굴려가며 걱정 어린 듯 김정은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는 애가 탔다. 그의 손을 꼭 잡고 비비면서 그를 쳐다보자 그는 고개를 돌리며 말문을 열었다.
“고모 나도 뭐가 뭔지 모르갔어, 내가 혁명위원장에다가 최고사령관직을 수행한다 하지만 도대체 뭘 하는 건지 무섭기만 해 뭐가 뭔지 모르갔어.”
김정은의 낙심한 얼굴이 실내바닥을 바라보며 두 눈에 눈물이 고이듯 글썽였다.
“내래 사실 뭐 아는 게 있간디. 그저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했었는데, 사실 이젠 고모 말고는 마음 열고 이야길 사람도 없어.”
그가 발끝으로 시멘트 바닥을 툭툭 치면서 대꾸하자 그녀는 마음이 후끈 달았다.
“이보라 대장 동지, 정신 바짝 차리라. 우리 모두 한 순간에 죽는 거야. 미제 놈들한테 죽는 게 아니라 우리 주위에 있던 놈들한테 죽는다 말이지. 인민광장에 목이 매달려야 정신 차리갔어?”
그녀는 권력의 습성을 이미 알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이 보이면 2인자는 항상 1인자가 되기 위해 각종 허울을 씌워 공개적으로 죽이거나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이보라 정은이, 권력이란 앞에서는 절대 충성과 복종을 약속하지만 뒤에서는 호시탐탐 음모와 배신으로 역전을 노리는 거야. 조심하라우!”
그녀는 어미 사자가 새끼 사자를 훈계하듯 타일렀다.
“고모, 나는 간밤에 조선 땅이 깨져서, 내가 저 땅 속 불 속으로 들어가 죽는 줄 알았어.”
그의 어리광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그녀는 그의 양손을 잡고 흔들며 이야기 했다.
“야~ 야, 대장 동지, 이러문 아니 된다. 우리의 위대한 수령이자 네 할아버지는 일제 놈들과 항일무장투쟁을 통해 빼앗겼던 이 나라를 찾았고 네 아버지는 지금 산송장으로 이렇게 있지만 이 나라를 미제와 싸워 지키면서 대장 동지에게 물려주었단 말이지. 대장 동지는 공화국의 최고사령관으로서 이제 남조선과 미제를 제껴 버리고 통일을 해야지. 통일을…….”
그녀는 그의 손을 흔들며 용기를 북돋웠다.
“난 전쟁이 뭔지 모르갔지만, 이 아바이들이 하는 짓거리가 뭐가 뭔지 모르겠단 말이지. 진정 인민을 위한 것인지 자신들을 위한 것인지 말이야.”
“그럴 때는 최용해 동지나 오일정 동지에게 의지하라. 그들이 너의 힘이 되어 줄꺼야. 같은 혁명자녀 세대니까”
그의 넋두리에 그녀가 타일렀다.
“오극렬 아바이나 장령들은 그들대로 생각이 다르고, 내 말을 듣기는 하지만 실천은 안 하고 도대체 나는 뭐가 뭔지 분간을 못하겠어, 아버지 살아 돌아칠 때는 꿈적도 안하던 영감들이 서로 감투를 쓰려고 멱아지를 잡고 돌아간다 말이지. 이거이 우리 공화국 영도들이 할 짓인가 싶어.”
그의 말을 듣고 있던 김경희는 그의 눈물을 훔치며 김정은의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정은이 너무 심려 마라. 여기 상황이 안 좋으면 우리 식구들 모두 저 유럽으로 망명할 수 있단 말이지. 돈도 있고, 폴란드에 둘째 형도 있으니 넌 너무 걱정마라. 우리는 공화국이 망해도 살아날 수 있다는 말이야.”
“우리 죽을 때까지 먹고 살 수 있는 돈 비자금이 있다는 거지? 미제 놈들과 일제 놈들을 반드시 원자탄으로 끝장을 내 버릴 거야.”
그는 그녀의 말에 용기를 얻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반도 서해 대한민국 최북단 도서 백령도는 2천만 수도권 인구를 지키는 파수꾼으로 밤낮없이 북한의 턱밑에서 비수를 들이밀고 버티고 있다.
무적해병대가 백령도 일대 5개섬을 지키는 이유다.
북한 혁명열사 못지않은 애국심과 특유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 해병은 전쟁이 발발해도 현 위치가 무덤이라 생각하며 철벽 수비를 하고 있었다. 북한 인민군이 제일 두려워하는 상대다.
김정일은 ‘저 놈의 섬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뺏어 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그 섬은 귀신 잡는 한국 해병 6여단이 지키고 있었다.
심청이가 치마를 뒤집어쓰고 용왕님께 뛰어든 백령도 앞바다 인당수를 따라 뱃길로 한나절 가면 중국 북해 함대가 뻗치고 있는 칭따오가 한반도를 바라보고 있다.
중국 해군의 자랑 신형전투함 광쩌우호와 하얼빈호 그리고 핵탄두 미사일 쥐랑 2호를 탑재한 진급핵잠수함이 한국 서해바다 주도권을 잡은 양 버티며 주름잡았다.
미태평양 3함대소속 존스테니스항공모함 전단이 밀고 올라올 서해길목을 지키는 중국 함대는 옛날의 중국 해군이 아니었다. 몇해 전 활동을 시작한 7만톤 급 항공모함 ‘스랑호’는 신형 전투기젠-15 50여 대를 탑재한 채 칭따오 앞바다에서 먹이를 노리는 사자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진급 핵잠수함에서 쏘아올린 탄도 미사일은 미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중국은 미국의 2차 공습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총 7대 군구 200만 명의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뚝심으로 미국을 당장이라도 깔아뭉갤 듯이 날을 새웠다.
심양군구 50만 명의 동원령이 내려지고 제16집단군 예하 지상군 4개 군단 중 선발대인 장백산사단 이외 추가 후속 지상군이 열차편을 이용하여 이동 중이었다. 한반도는 파도처럼 일렁이며 술렁거렸다. 그 동안 공들여 정성을 쏟았던 중국은 결국 미국과 각을 세우며 북한을 지원하기로 나서고 있었다. 한국의 입장은 미묘해져 갔다.
심양군구 기동전개사단은 인해 전술을 쓰던 역사 속의 미련한 군대가 아니었다. 공중기동작전을 하면서 낙하산으로 투하할 수 있는 경장갑차, 탱크 그리고 800여 대의 각종 항공기로 무장되어 있었다.
특히나 핵을 탑재할 수 있는 전략미사일 둥펑 31A는 일본과 미국본토를 공격할 수 있었다.
그들은 전장에 배치하기 시작한 보이지 않는 스텔스전투기도 전개했다. 초강대국 미국과 맞장을 뜰 수 있는 세계 유일한 대국 중국이 서서히 몸을 풀기 시작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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