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공장 근로자 부당해고…“10년 해고 생활로 가정 파탄”
GS리테일, 무분별 점포 확장…골목 상권·유통 생태계 혼란
[일요주간=김완재 기자] #.
GS와 LG는 상대적으로 국내 재벌기업 가운데 투명한 경영으로 이름났다.1947년 출범한 락희화학공업을 모태로 하는 LG는 당시 창업주 고(故) 구인회 회장과 고 구 회장의 사돈인 허만정 씨와 동업에서 비롯됐다.
이후 구 씨家는 경영을, 허 씨가는 경영자금을 조달하면서 잡음 없이 가업을 일궜다.
이 같은 경영은 2005년 초 LG에서 GS가 건설과 석유화학, 유통 등을 이끌고 분가할 때까지 지속됐다.



최근 들어 GS(회장 허창수)의 신화가 흔들리고, GS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든다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대내외 잡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서 이다.
10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GS의 주력인 GS칼텍스(회장 허진수)는 지난 10여년 간 차명으로 예선업체를 운영하면서 이 업체에 각종 특혜를 제공한 혐의가 드러났다.
해양경찰청은 이에 따라 독점규제와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김 모(64) 고문 등 전현직 GS칼텍스 임직원 4명과 회사 법인을 입건했다. 해경은 예선 업무와 관련해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B예선업체 대표 등 2명과 모 해운대리점 대표 등 2명도 입건했다.
김 고문 등은 2009년 11월 GS칼텍스가 선박임대회사 2곳을 통해 B예선업체를 직접 보유하고도 공정거래위원회에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GS칼텍스는 자산 규모(3분기 말 현재 21조2529억원)가 5조원 이상으로 공시 대상 기업이라, 매년 공정위에 자산 규모를 신고해야 한다.
김 고문은 생산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차명으로 보유한 B예선업체 주식을 빼고 자산규모를 허위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당시 GS칼텍스는 B예선업체를 자회사로 둔 모 해운업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화주인 정유사가 예선업을 할 수 없도록 한 선박입출항법(옛 항만법)을 피하기 위해 허위 신고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이는 범법 행위로, 선박입출항법 25조(예선업의등록제한)1항 4호와 관련한 시행규칙에는 원유, 액화가스류, 제철원료, 발전용 석탄의 화주가 사실상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법인은 예선업에 등록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GS칼텍스는 차명으로 보유한 B예선업체에 2011년과 2012년에 모두 70억원을 지원했다. B예선업체가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이 많아 담보를 제공할 수 없는 상태임을 고려한 편법 지원인 셈이라는 게 해경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GS칼텍스는 현금 융자 10억원 초과 시 이사회 승인을 받게 돼 있는 회사 여신관리 규정도 따르지 않고 대규모 자금을 무담보로 지원했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GS칼텍스 여수 공장은 2014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관할 지방해양수산청에 선박연료공급업 등록을 하지 않고 B예선업체와 다른 계열사에 340억원 상당의 연료도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은 현재 차명주식 매입 각서와 예선비용 청구서 등 각종 자료를 확보하고 내사에 착수했으며, 관련자 30명을 조사했다.
해경 관계자는 “GS칼텍스가 회삿돈 70억원을 무담보로 B예선업체에 지원한 뒤 나중에 갚으라고 했다”며 “여수 지역에 13개 예선업체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자회사 예선업체에 정유선 예인 일감을 몰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GS칼텍스는 원유 화주로 자회사인 모 해운업체를 통해 사실상 B예인업체를 보유하고도 서류상으로는 선박임대회사인 차명회사 2곳이 B예인업체의 주식 50%씩을 가진 것처럼 조작했다”고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부당해고로도 GS칼텍스가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역삼동 GS타워 앞에서 현재 109일 간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GS칼텍스 해고노동자 김철준(55) 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 씨는 “징계사유를 조작해 선의의 근로자를 해고한 GS칼텍스 허씨 주주의 더럽고 추악한 범죄 사실들이 밝혀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GS칼텍스의 최대 주주는 보통주 1300만주(지분율 50%)를 보유한 GS에너지(주)로, 이 회사는 (주)GS(회장 허창수)가 100% 출자했다. 이중에서 허창수 회장은 4.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해고자 김 씨는 허 씨 주주가 파업을 유도하고 이로 인한 불법 파업을 유발케 하는 등 노조무력화에 대한 범죄 사실을 밝히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허 씨 주주는 징계사유에도 없는 협박죄와 장기무단결근 등을 조작해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해고자의 최초 징계위원회와 두번째 징계위원회 회부통지서에 기재된 징계사유는 불복종과 무단결근, 명예훼손, 비행, 기타 제반 회사규정 관련사항 등에 한정됐으며 ‘회사와 상사에 대한 협박’은 없었다는 게 김 씨 주장이다.
세번째로 열린 본사 징계위원회 당시의 징계사유에도 ‘회사와 상사에 대한 협박’은 언급되지 않았으며, 이 같은 사실은 모두 녹취됐다고 김 씨는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징계위원회를 통한 변론과 소명 기회조차 박탈당했다”며 “GS칼텍스는 이들 범죄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징계사 유에도 없는 회사와 상사에 대한 ‘협박죄(20억+알파 요구)’를 추가해 지역사회에서조차 살 수 없을 정도로 본인과 본인의 가족을 매장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게다가 GS칼텍스는 김 씨를 해고하기 위해 징계위원회를 즉시 열지 않고 의도적으로 지연하다가(38일), 대법원 판결이 나기 3일 전인 지난해 12월 13일에야 징계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김 씨의 장기결근을 유도했다.
이는 김 씨가 주장하는 회사 측의 노조말살과 파업유도 등을 허위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지 않도록 수감된 노조 지도부에 대한 법원 판결을 불법파업으로 유도하기 위한 꼼수라는 게 법조계 진단이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10일 2차 징계위원회 회부통지서를 받고 징계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사에 출근하려 했지만, 제지당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당해고 소송이 끝날 때까지 노동조합(회사)으로 출근도 못한 채 홀로 소송을 치렀다”며 “2년 4개월 간 소송 기간 본인의 의지로 장기간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회사와 어용노조는 한통속으로,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해 대법원에서도 정당해고로 판결을 유도하는 등 대국민 사기극을 연출하고 있다”면서 “10여년에 걸친 해고생활로, 88세 노모와 장애인 3급의 남동생과 아들 1명으로 이뤄진 가정은 이미 파탄이 났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김 씨는 자신이 복직 될 때까지 1인 시위를 지속하고, 지역사회와 연대해 GS칼텍스를 옥죈다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 GS칼텍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씨가 주장하는 내용 중)검증할 수 있는 것도 있고, 검증할 수 없는 것도 있다”면서도 “검증 결과 사실이 아닌 주장들”이라고 일축했다.
향후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할 것인 지에 대한 본지 질문에는 “당장 답을 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GS의 유통 계열사인 GS리테일 역시 GS의 추락을 부추기고 있다.
1990년 LG25로 영업을 시작한 GS25는 2013년 전국에 8000개 이상의 점포를 확보한데 이어 2016년에는 9605개, 올해 10월 말 현재 1만3108곳으로 2년 새 36.5% 급증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 BGF리테일의 CU는 35%(9692곳→1만3109곳) 늘었다. 이 기간 전국의 편의점 증가는 23%(3만2611곳→4만192곳) 증가에 그쳤다.
각각 업계 1, 2위인 CU와 GS25가 출점 경쟁으로 골목 상권을 초토화했다는 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분석이다.
실제 같은 기간 전국 골목에 자리한 동네 수퍼마켓은 3만곳에서 2만곳으로, 편의점 증가세와 비슷한 33% 급감했다고 수퍼조합연합회 측은 진단했다.
여기에 GS리테일은 의약품,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생활용품, 미용제품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는 랄라블라(Lalavla)로 골목상권을 그로기(혼미) 상태에 빠트리고 있다.
GS리테일은 2005년 홍콩의 허치슨왐포아와의 합작으로 드러그 스토언인 왓슨스를 국내 론칭했으며, 왓슨스사와 제휴가 끝나면서 올해 랄라블라를 론칭했다.
업계 1위인 CJ 올리브영의 대항마인 랄라블라는 현재 빠르게 점포를 전국에 확대하고 있다.
2016년 128곳의 왓슨스 매장은 올해 상반기 현재 190곳의 랄라블라 매장으로 48% 초고속 증가했다.
2011년 3000억원대이던 국내 드러그 스토어 시장 규모가 2016년 1조2000억원으로 300배 이상 커진데 따른 공격적 경영이라는 게 업계 진단이다.
여기에 GS리테일은 전통시장도 위협하고 있다.
GS25는 자체 상품브랜드 ‘유어스’를 선보이고 현재 2000개의 PB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GS25의 PB상품 매출 비중은 2012년 33.9%이었지만, 2015년 35%, 올해 3분기 36.7%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편의점이 1∼,인 가구에 최적화 됐다는 이유로 2013년 삭힌 홍어를 판매하기 시작한데 이어 최근에는 구룡포 과메기를 시판하고, 전통시장 상권도 위협하고 있다.


GS리테일은 최근 통합 PB브랜드 유어스를 론칭했고, 현재 GS25에서 판매하는 PB브랜드 상품은 2000개에 이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드러그 스토어가 종합 쇼핑몰을 지향하고 있어 영세 상인들의 몰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GS리테일은 GS25에서 콩기름과 치킨을 팔고, 제빵까지 하는 등 PB 상품으로 막대한 수익과 함께 골목상권을 몰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GS리테일 관계자는 “동네 수퍼마켓 등은 GS25 편의점으로 간판을 바꿔단 경우도 있어, ‘GS25 편의점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부분은 팩트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GS리테일은 올해 1∼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550억원으로 전년 동기(1348억원)보다 15% 급증했으며, 올해 3분기 누적 BGF리테일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481억원으로 집계됐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