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웰스토리 노조 "경영자 책임을 노동자에 전가 하는 것은 부당"
-이진헌 "총수일가 배당금 꼬박꼬박 챙기면서 노동자에 희생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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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헌 삼성웰스토리노조 위원장이 4일 삼성웰스토리 본사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삭발을 단행하며 사측을 향한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사진=성지온 기자) |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문제는 성과급 미지급이 아니라 그 이유가 명백한 부당함의 극치라는 점이다. 경영진의 잘못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는데, 이를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한국노총 금속노동조합연맹 삼성웰스토리노조는 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성웰스토리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날 삼성웰스토리노조를 필두로 금속노련 산하 12개 삼성그룹 노동조합의 연대체인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모였으며, 현장에서는 이진헌 삼성웰스토리노조 위원장이 삭발을 단행하며 사측을 향한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이들은 전년도 1000억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성과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삼성웰스토리를 규탄하며 재원 부족 책임의 주체는 노동자가 아니라 경영진임을 지적했다.
이진헌 삼성웰스토리노조 위원장은 "사측은 지난달 OPI 지급율이 0%라고 발표하면서 우리에게 허탈감을 안겨줬고 울분을 토하게 했다"면서 "코로나 감염확산과 공정위 과징금 부과 이후 입찰 미참여, 사업장 철수 등 대내외적인 위기 국면에서도 1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은 노동자들의 성과임에도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삼성웰스토리의 성과인센티브 미지급 사태의 명백한 책임은 삼성의 수장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있으며 (경영 대·내외 환경이)좋으면 경영진의 성과이고 나쁠 때는 노동자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잘못된 기업문화에 있다”고 비판했다.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 역시 경영진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경영 주체들의 불공정한 거래로 삼성웰스토리에 누를 끼친 것임에도 경영진 중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면서 "그저 모든 것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게 작금의 불공정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지난해까지 경영진들이 찾아간 배당금은 3500억원에 가깝다. 반면, 지난해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할 수 있도록 이바지한 노동자에게는 1원도 줄 수 없다고 한다"면서 "노동자는 안중에도 없는 삼성 자본을 규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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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금속노동조합연맹 삼성웰스토리노조는 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성웰스토리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성과인센티브 미지급 사태를 촉구했다. |
매년 지급되던 성과급, 올해는 왜?
삼성그룹은 매년 계열사 직원들에게 성과인센티브(OPI)와 목표인센티브(TAI)를 각각 년 초, 상·하반기에 지급해왔다. 삼성웰스토리 역시 실적에 따라 매년 연봉의 3~14% 수준의 성과인센티브를 지급했다. 그러나 지난달 삼성웰스토리는 자사 홈페이지 '녹스포탈' 게시글을 통해 올해 초 성과인센티브 지급율은 0%라고 밝혔고, 현재까지 지급하지 않고 있다.
사측이 밝힌 성과급 미지급 사유는 과징금 납부에 따른 재원 부족이다. 앞서 지난해 6월 2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 4곳과 삼성웰스토리에 일감몰아주기 부당지원에 대한 과징금으로 2349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 중 웰스토리가 내야 할 과징금은 총 959억 7300만원에 달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등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의 단체급식 계약구조를 삼성웰스토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변경하도록 지시했다. 계약방식 역시 통상적인 경쟁 입찰 대신 수의로 이뤄지는 등 삼성웰스토리에 삼성 계열회사의 사내 급식 물량 전부를 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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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웰스토리 노조는 지난달 25일부터 28일,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밀집해 있는 강남 일대에서 트럭시위를 벌였다. |
당시 공정위는 삼성웰스토리에 과하게 치우친 계약구조 배경에 삼성 총수 일가가 있음을 파악했다. 지난 2013년 12월 옛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에서 FC(푸드 컬쳐)사업부를 물적분할하면서 설립됐다. 2015년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하면서 삼성웰스토리는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로 변경됐다.
현재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고(故)이건희 회장의 아내인 홍라희 여사 등 삼성 총수 일가다. 지배구조를 고려해 자금흐름을 유추할 시 삼성웰스토리를 두고 총수 일가 ‘캐시 카우(수익 창출원)’로 일컫는 이유다.
노동자 몫 빼는 대신 사내 유보금
이날 이상원 한국노총 용인지역지부 의장은 연대 발언을 통해 과징금 부담 재원으로 ‘사내 유보금’을 언급했다.
이 의장은 "매년 삼성그룹 산하 회사들이 벌어들인 돈은 사내 유보금으로 쌓인다. 지난 2014년 삼성전자의 사내 유보금은 143조라고 알려졌는데 현시점에서는 200조 이상일 것"이라며 "경영진이 경영을 잘못해서 한 책임은 그들이 져야 한다. 사내 유보금으로 책임을 지고 최대 주주로서 책임을 지는 것이 합당한 태도"라고 주장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소속 삼성웰스토리노동조합은 지난달 24일 국회 앞에서 삼성웰스토리 성과급 미지급 사태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 의장은 또한 "임금은 노동의 대가, 보상 그 자체다. 또한 목표 성과를 달성해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형태의 임금 지급 방식이 지속적으로 운영됐다면 (성과인센티브도)임금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재용 부회장은 근로의 정당한 대가인 임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진헌 삼성웰스토리노조 위원장 역시 "지난 6년간(2012년~2020년) 웰스토리는 3358억원의 배당금을 모회사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바쳐 왔다"면서 "배당금은 꼬박꼬박 챙겨가면서 경영책임을 회피한 채 과징금은 우리 노동자한테 떠넘기고 노동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웰스토리 등 삼성그룹노조연대는 기자회견 직후 '성과는 이재용에게! 책임은 노동자에게?', 이게 말이 돼! OPI(성과인센티브) 즉시 지급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삼성웰스토리 본사 건물 로비로 행진하는 것을 끝으로 결의대회를 마무리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웰스토리는 "지난해의 경우 목표 달성 인센티브(TAI)는 상·하반기 2회 지급됐고, 연말에 특별 인센티브 또한 지급됐다"면서도 "초과 성과 인센티브(OPI)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로 인해 재원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급되지 못했다. 직원들과 경영진 모두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성과에 대해서는 예년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임직원들이 함께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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