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콜센터 노조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콜센터 처우개선 약속 공염불에 그치나"

현장+ / 임태경 기자 / 2024-08-14 1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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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사회노조 "원청사 수개월째 책임 회피, 금융권 콜센터 하청구조 '노동착취 여전'...콜센터 노동자 처우개선 원청이 책임져야"
하나은행콜센터 이영선 "연차 쓰지 말라고 하면 안 썼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는 등 인권이 전혀 없는 기계처럼 일해왔다" 토로
▲ 지난 12일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는 국회 소통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나은행 콜센터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등의 이행을 촉구했다. (사진=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제공)


[일요주간=임태경 기자] 최근 금융권 그룹사 회장의 ‘콜센터 처우개선 필요’ 발언 이후에도 콜센터 현장은 수개월째 바뀐 것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노동계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이하 공공운수노조)는 국회 소통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나은행 콜센터 노동자들이 직접 현장의 문제를 고발하고 콜센터 노동자에 대한 원청사의 교섭 참여 및 처우개선 노력 이행을 촉구했다.

올해 5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하나은행 콜센터 처우 개선’을 지시하며 금융권 콜센터 하청구조 노동착취의 문제점이 대두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공공운수노조는 “노조가 금융권 콜센터 하청구조로 인한 노동착취를 제기하고 콜센터 현장을 바꾸기 위해 여러 차례의 총파업과 결의대회를 진행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며 “하지만 금융권 그룹사 회장의 ‘콜센터 처우개선 필요’ 발언 이후에도 콜센터 현장은 바뀐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나은행 콜센터 직원들은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으며 낮은 임금과 격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6개월에서 2년까지 계약을 갱신하지 못할 시 계약해지가 되는 등 고용불안에 노출돼 있다”며 “하나은행 콜센터의 하청 업체인 KS한국고용정보는 하루가 멀다 하고 부당노동행위와 노동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S한국고용정보는 교섭해태를 목적으로 한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했고 지방노동청에서는 교섭단위 분리신청 각하 결정이 난 바 있다.

 

◇ 콜센터노조 “함영주 회장, 하청업체의 부당노동행위에도 어떠한 제재를 가하고 있지 않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는 지방노동청이 KS한국고용정보의 불법행위(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것”이라며 “KS한국고용정보는 부당노동행위 심문회의 시 제출한 답변서에 ‘원청의 계약직’이라고 했다. 이는 불안정한 콜센터 상담사들의 계약상태와 원청이 상담사들의 근로조건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함영주 회장이 언급하고 있는 ‘콜센터의 노동환경 처우개선’은 금융사 원청의 직접 교섭 없이는 어불성설이다. 수많은 콜센터 노동자들이 이미 금융권 콜센터 하청구조가 해결돼야 콜센터 현장이 바뀐다는 요구를 끊임없이 외쳐왔다”며 “그러나 함영주 회장은 직접 교섭에 발 벗고 나서기는커녕 하청업체의 부당노동행위에도 어떠한 제재를 가하고 있지 않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원청이 나서서 KS한국고용정보를 비롯한 하청업체의 불법행위 및 부당노동행위를 관리감독해야 한다. 그 관리감독의 시작은 불법행위 및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하청 업체를 입찰 대상에서 제외하는 데 있다며 KS한국고용정보와 같은 불법행위 업체가 금융권 콜센터 하청업체로 재선정될 경우 그룹사 회장들의 ‘처우개선’ 발언은 허울뿐인 거짓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지난 12일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는 국회 소통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나은행 콜센터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등의 이행을 촉구했다. (사진=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제공)

 

이 단체는 또 “하나금융의 올해 1분기 경영실적이 상승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금융권 그룹사의 경영실적에는 콜센터 노동자의 피와 땀이 있다”며 “한국사회 불합리한 하청구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조법 2-3조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 한 현재 금융그룹사 회장은 콜센터 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 약속을 책임 있게 이행하고 금융사 원청은 직접 하청 업체의 노동 탄압을 관리감독하고 원청으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하나은행콜센터 이영선 “인권이 전혀 없는 기계처럼 일해왔다” 토로


이날 기자회견 발언에 나선 하나은행콜센터 이영선 아이비커리어지회장은 “저희 지회는 지난해 6월 노동조합이 설립되고 지난 1년 간 단체협상을 체결하려 노력했으나 용역사와 합의가 되지 않아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체결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우리 상담사들은 그동안 용역사가 시키는 대로 묵묵히 일해왔다. 연차를 쓰지 말라고 하면 안 썼고 여름휴가도 포기했으며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는 등 인권이 전혀 없는 기계처럼 일해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은행콜센터 상담사들은 영업점 직원들과 동일하게 손님들의 개인 정보를 다룬다. 전자금융 부서는 원격을 통해 손님의 컴퓨터에 접근하기도 하고 대출의 경우 손님과 통화하며 여러 대출 신청 및 실행, 상환 업무까지 도와드리기에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 주소, 직업, 소득, 신용점수, 계좌번호 및 주민등록번호까지 모두 알게 된다”며 “그렇지만 우리 상담사들의 처우는 몇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혀 바뀌지 않았고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은행은 영업점 직원들 편하게 일하라고 내선 번호도 알려주지 말라 한다. 우리는 그들의 총알받이가 된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기자회견 발언에 나선 하나은행콜센터 이영선 아이비커리어지회장.(사진=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제공)

그러면서 “원청의 SLA 평가는 늘 용역사에 불리하게 적용한다”며 “도달하지 못할 높은 기준에 용역사는 추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연차 사용 제한과 실적 압박을 하는데 평가 기준이 바뀌지 않으니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지금은 아예 목표 근처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군다나 용역사는 노동조합이 생기고 실적이 떨어졌다며 상반기에만 2600만 원을 원청에 토해냈다고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한다”고 일갈했다.

이영선 아이비커리어지회장은 “손님과의 통화 내용을 평가하는 KSQI라는 국내 유일의 서비스품질 평가제도가 있다”며 “손님이 질문하면 ‘아~ 그러세요 많이 궁금하실 텐데 확인 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으면 감점한다. 이게 서비스 품질과 무슨 관련인지 의문이다. ‘아~ 그러세요, 안타깝지만~’등은 공감 호응어라고 한다. 듣고 있던 손님은 나 놀리는 거냐고 화를 낸다. 이런 기준은 무엇을 근거로 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콜센터로 전화하면 상담사 연결은 0번을 누르라 하지만 AI가 원하는 업무를 대출, 예금 등으로 말하는데 업무를 말하면 알아듣지도 못하고 학습된 말만 반복한다. 화가 난 손님은 끊고 다시 전화하기를 반복된다. 겨우 상담사와 연결된 손님은 상담사 연결이 왜 이리 어렵냐고 화부터 낸다. 은행의 ‘앞선 기술을 선보인다’라는 자랑거리인 AI 덕에 상담사들은 아침부터 호되게 욕을 먹고 하루를 시작해 ‘죄송합니다’를 반복하다 하루를 마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람이다. 입력되고 학습된 단어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AI가 아니란 말이다. 그러나 콜 응대율을 비롯해 실적으로 용역사에 압력을 행사하기에 현실적으로 빨리빨리 끊어야 하고 많은 콜을 수행하려면 이런 품질 좋은 상담은 지금의 여건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감정노동이 이렇게 심한데도 은행에서는 휴게시간을 주지 않는다. (원청은) 용역사에 알아서 하라고 떠넘긴다. 대안 없이 빡빡한 SLA 평가 기준에 맞추려면 용역사는 운영상 어렵다며 충분한 휴게시간 및 교육 시간을 거절한다”며 “돌아오는 9월 재계약 시점이다. 1년씩 계약하니 용역사는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고 말해 상담사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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