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지배구조 vs 적대적 M&A"… 고려아연·영풍, 1년 넘긴 '형제의 난'

e산업 / 임태경 기자 / 2025-09-26 17: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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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주주가치 훼손" vs 고려아연 "적대적 M&A 시도"…갈등 장기화 조짐
영풍 "최윤범 회장, 회사 돈으로 지배력 방어"… 고려 "사모펀드와 내통한 공격"
TMC·SM 등 수천억 투자 '이사회 패싱' 의혹… 고려아연은 "글로벌 전략" 반박
▲ AI 생성 이미지.


[일요주간=임태경 기자] 고려아연과 최대주주 영풍의 경영권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지며 재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 방식을 ‘나쁜 기업지배구조의 전형’이라고 규정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고려아연은 이를 “사모펀드와 손잡은 적대적 M&A 시도”라고 맞서면서 대립 구도가 점점 격화되는 양상이다.

◇ 영풍 “최윤범 회장, 독단 경영으로 재무 건전성 악화”

영풍은 지난 15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최윤범 회장이 이사회를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대규모 투자를 독단적으로 결정해 회사 재무 건전성을 심각하게 흔들었다”고 주장했다.

영풍이 지적한 수치는 구체적이다. 최근 1년간 고려아연의 순현금은 4조 1000억 원이 줄었고, 차입금은 3조 7000억 원이나 늘었다. 이로써 40년간 이어온 ‘무차입 경영’ 기조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자비용도 같은 기간 250억 원에서 1100억 원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또 SM엔터 주가조작 세력과 연루된 투자, 캐나다 심해채굴업체 TMC 투자 등 수천억 원 규모의 의사결정이 이사회 검토 없이 전결 처리됐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영풍은 “회사의 돈이 성장 동력이 아니라 회장 개인의 지배력 방어에 쓰였다”며 자사주 공개매수, 해외 자회사 순환출자, 법률 비용 지출 등을 예로 들었다.

이어 “대주주의 정당한 주주권 행사를 ‘적대적 M&A’로 왜곡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지배구조 정상화를 위해 끝까지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못 박았다.

 

▲ AI 생성 이미지.


◇ 고려아연 “영풍·MBK의 공격, 오히려 기업 안정성 해친다”

고려아연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지난 16일 발표한 자료에서 회사 측은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사실을 왜곡하며 임직원과 회사를 흔들고 있다”며 “글로벌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에 더해 적대적 M&A로 회사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논란이 된 미국 나스닥 상장사 TMC 투자(약 1165억 원)에 대해 고려아연은 “니켈·코발트 등 핵심 광물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 투자 실패가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경제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장기적 자원 확보 전략이라는 게 고려아연의 설명이다.

고려아연은 또 “영풍이 사업 정상화보다는 주주총회와 소송에만 몰두하는 것이 오히려 기업가치를 해치는 원인”이라며 “국가 기간산업의 안정을 위해 현재의 경영 체제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분쟁의 본질은 ‘주주권 vs 경영권’

이번 사태의 핵심은 영풍이 주장하는 ‘지배구조 정상화’와 고려아연 경영진이 내세우는 ‘경영권 방어’의 충돌이다.

영풍은 투명성과 책임 경영을 내세우며 최 회장의 독단적 의사결정을 문제 삼고 있고, 고려아연은 이를 사모펀드와 결탁한 적대적 인수 시도로 규정한다.

양측 모두 주주 가치와 기업 지속 가능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분쟁의 초점은 경영권 확보다.

지배구조 전쟁은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적 소송과 주주총회 표 대결, 해외 투자 문제까지 얽히면서 갈등의 불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고려아연의 경영권 향방에 그치지 않고, 한국 재계 전반의 기업지배구조 논의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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